2026年9月2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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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온 첫 주, 대부분의 한국인이 같은 순서를 밟습니다. 집 근처 슈퍼에 들어가서 5분 만에 나옵니다. 배추가 없고, 고춧가루가 없고, 간장은 있는데 우리가 아는 그 간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은 몇 가지를 계산대에서 보고 "이게 이 가격이라고?"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 당황스러움은 도쿄 물가가 특별히 비싸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매장을 잘못 골랐거나, 같은 매장이라도 시간을 잘못 골랐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도쿄의 슈퍼마켓은 서울처럼 대형마트 몇 개가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가 아니라, 가격대와 목적이 완전히 다른 매장들이 같은 동네에 겹쳐 있는 구조입니다. 어느 매장이 무엇을 위한 곳인지만 알면 식비는 눈에 띄게 내려갑니다. 이 글은 그 지도를 그려 드립니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습관은 대용량 구매입니다. 서울에서는 1+1과 묶음 할인이 기본이라 큰 단위로 사는 쪽이 거의 항상 유리했습니다. 도쿄의 일반 슈퍼는 반대입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진열이 짜여 있어서, 채소는 반 통이나 4분의 1 통 단위로 팔고 고기는 200g 팩이 표준입니다. 대량으로 사려면 아예 다른 종류의 매장에 가야 합니다.
두 번째는 휴무일 감각입니다. 한국의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두 번 의무적으로 문을 닫습니다. 일본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장을 봐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대부분의 매장은 열려 있습니다. 대신 폐점 시각이 매장마다 크게 다르니, 자주 가는 곳의 영업시간은 한 번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세 번째는 배송입니다. 쿠팡의 새벽배송이나 마켓컬리에 익숙하다면 이 부분에서 가장 아쉬울 수 있습니다. 라이프처럼 아마존 재팬과 협업해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파는 체인이 있고, 이나게야도 온라인 주문을 받지만, 밤에 주문해서 아침에 문 앞에 도착하는 방식이 표준은 아닙니다. 도쿄에서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슈퍼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배송을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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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장보기의 90퍼센트는 여기서 끝납니다. AEON, 세이유, 이토요카도, 라이프, 이나게야가 도쿄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이름입니다. 신선식품, 두부와 낫토 같은 콩 제품, 조리된 반찬, 과자와 음료까지 필요한 것은 대체로 다 있습니다.
AEON은 그룹 전체로 전 세계 약 19,200개 매장을 운영합니다. 도심에서는 대형 매장보다 My Basket이라는 소형 포맷을 훨씬 자주 보게 되는데, 편의점 크기에 슈퍼마켓 구성을 담은 매장이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이쪽이 오히려 편합니다. 세이유는 일본 내 300개 이상 매장을 두고 있고, 앱에서 할인 쿠폰을 뿌립니다. 설치해 두면 실제로 차이가 납니다. 이토요카도는 일본 최대급 체인이고, 일부 매장에 면세 카운터가 있습니다.
면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매장 입구의 "TAX FREE" 표시를 보고 재류카드를 내밀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일본의 면세 제도는 비거주자, 즉 단기로 체류하는 방문객을 위한 것입니다. 유학이나 취업으로 도쿄에 살고 있다면 소비세는 그대로 냅니다. 이 점은 처음 이사 온 분들이 가장 자주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식비를 눈에 띄게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업무용 대량 매장을 쓰는 것입니다. 원래 음식점 납품을 위해 만들어진 포맷이라 포장 단위가 크고 단가가 낮습니다. 냉동식품과 조미료, 기름, 면류에서 특히 차이가 큽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매장 수가 일반 체인보다 적어서 일부러 찾아가야 하고, 포장 단위가 커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다 먹기 전에 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냉동실 용량과 상의해야 하는 선택입니다. 그래도 쌀, 기름, 냉동 채소처럼 오래 두고 쓰는 품목만 여기서 사고 나머지는 동네 슈퍼에서 채우는 식으로 나누면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식재료를 제대로 갖춘 곳은 신오쿠보 일대의 한인 상점들이지만, 그 외 국가의 식재료나 넓은 범위의 수입 식품이 필요하다면 아래 매장들이 답이 됩니다.
히로오에 있는 내셔널아자부는 도쿄에서 외국인 거주자가 가장 많이 찾는 슈퍼마켓입니다.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수입 식료품과 유기농 채소를 폭넓게 갖추고 있습니다. 가격은 일반 슈퍼보다 확실히 높지만, "이건 여기 아니면 없다"는 품목이 분명히 있습니다.
고기를 사러 가는 곳입니다. 호주산 소고기부터 유럽식 소시지까지 수입 육류의 폭이 도쿄에서 손꼽히고, 와인 구성도 좋습니다. 바비큐나 손님 초대를 앞두고 있다면 여기부터 보는 편이 빠릅니다.
메이지야는 수입 식품 구성으로 오래 이름이 알려진 매장이고, 유럽산 유제품과 미국 과자류가 특히 강합니다.
기노쿠니야도 세계 각국 식재료를 폭넓게 다룹니다. 두 곳 모두 고급 주택가 근처에 있어서, 집을 알아보는 단계라면 근처에 이런 매장이 있는지가 생활의 질을 꽤 바꿉니다.
프랑스에서 온 유기농 전문 매장입니다. 420제곱미터 공간에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상품이 1,000종 이상 들어가 있습니다. 신선식품과 육류뿐 아니라 친환경 세제류까지 한자리에서 해결됩니다.
무농약과 지속가능성을 앞세우는 매장으로, "음식이 곧 약"이라는 관점을 내걸고 있습니다. 아이 이유식 재료를 신경 쓰는 가정이나 식재료의 출처를 따지는 분들이 자주 찾습니다.
도쿄를 대표하는 고급 슈퍼마켓입니다. 수입 델리 상품, 와인, 유럽산 치즈 구성이 특히 강합니다.
| 품목 | 특징 |
|---|---|
| 와인 | 주요 산지의 프리미엄 와인을 폭넓게 취급 |
| 치즈 | 유럽산 장인 치즈 구성 |
| 신선식품 | 희귀 품종과 제철 과일, 채소 |
역 구내나 역과 붙은 상업시설에 매장이 많아서, 퇴근길에 오늘 저녁 한 가지만 사는 용도로도 쓰기 좋습니다.
프랑스의 냉동식품 전문 브랜드입니다. 냉동이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프랑스 가정식과 베이커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구성입니다.
| 항목 | 수치 |
|---|---|
| 전 세계 매장 수 | 1,000개 이상 |
| 자체 개발 상품 수 | 1,000개 이상 |
| 연간 신제품 출시 | 200개 |
| 2017년 매출 | 13억 8,500만 유로 |
치즈, 샤퀴테리, 베이커리에 집중한 매장입니다. 유기농 신선식품 구성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데파치카"라고 부릅니다. 이세탄과 미쓰코시의 데파치카는 그 자체로 볼거리입니다. 고급 육류와 생선, 장인 치즈, 화과자가 한 층에 모여 있습니다. 한국의 백화점 식품관과 구성은 비슷하지만 조리식품과 화과자의 비중이 훨씬 큽니다. 손님 집에 초대받았을 때 들고 갈 선물을 여기서 고르면 실패가 없습니다.
같은 매장이라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사는 것이 달라집니다. 아침에는 채소와 생선이 가장 좋고, 낮에는 도시락과 반찬 종류가 가장 많습니다. 저녁이 되면 조리식품과 회에 할인 스티커가 붙기 시작하고, 폐점이 가까워질수록 폭이 커집니다.
할인 폭과 시각은 매장마다 다릅니다.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관행이라, 자주 가는 매장 한두 곳의 패턴만 익혀 두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장을 보고 나면 포장재가 남습니다. 일본의 분리배출은 구마다 규칙이 다르고 페트병, 플라스틱 포장재, 종이 팩을 나누는 기준도 제각각입니다. 이사 첫 달에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니 미리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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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받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대부분의 슈퍼마켓이 신용카드와 교통계 IC카드, QR 결제를 받습니다. 다만 매장마다 받는 수단이 다르고, 소형 매장일수록 선택지가 좁습니다. 포인트 카드는 체인별로 따로 운영되니 자주 가는 곳 한두 곳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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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쿄 도심의 매장을 기준으로 썼습니다. 도쿄 외곽이나 다른 지역으로 간다면 체인 구성이 달라집니다. 한식 재료를 본격적으로 갖춘 매장은 이 글의 범위 밖이고, 신오쿠보와 아카사카 일대의 전문점을 따로 찾아보셔야 합니다. 가격은 계절과 매장에 따라 움직이니, 구체적인 예산은 실제 매장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도쿄 슈퍼마켓은 몇 시까지 하나요?
매장마다 다릅니다. 도심의 일반 체인은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에 닫는 곳이 많고, 24시간 운영하는 매장도 있습니다. 소형 매장일수록 일찍 닫습니다.
재류카드가 있으면 면세를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면세 제도는 비거주자를 위한 것이라, 유학이나 취업으로 일본에 살고 있다면 소비세를 그대로 냅니다.
한국 식재료는 어디서 사나요?
일반 슈퍼에는 거의 없습니다. 신오쿠보 일대의 한인 상점이 가장 확실하고, 수입 식품점에서도 일부 품목은 구할 수 있습니다. 김치와 고추장은 대형 매장의 수입 코너에서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슈퍼마켓 배달이 되나요?
일부 체인이 온라인 주문을 받습니다. 라이프는 아마존 재팬과 협업해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팔고, 이나게야도 온라인 주문이 가능합니다. 다만 한국식 새벽배송에 해당하는 서비스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일본 슈퍼마켓은 일요일에 문을 닫나요?
닫지 않습니다. 일본에는 한국의 의무휴업일 같은 제도가 없어서, 대형 매장도 일요일에 정상 영업합니다.
장바구니를 가져가야 하나요?
비닐봉지는 유료입니다. 매장에서 파는 에코백을 하나 사 두거나 접이식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혼자 사는데 어느 매장을 기본으로 삼으면 좋을까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일반 체인 한 곳을 기본으로 두고, 쌀과 기름처럼 오래 쓰는 품목만 대량 매장에서 채우는 조합이 무난합니다.
도쿄에서 식비를 결정하는 것은 물가보다 동선입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가 매달의 지출과 저녁 시간의 여유를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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